일상·단편

(2010. 7.26) 이사온지 1년이 되었다

Maverick71 2010. 7. 26. 22:11

작년 7월 비오는 토요일 저녁에 이사왔었다.

 

손없는 달이라나 뭐라나..  짐을 맡겨놓은 이삿짐 업체가 짐을 못 옮겨주겠다고 땡깡 피우더니

결국은 토요일 오후 5시30분에 짐을 풀어놓기 시작해서 8시 30분에 다 내려놓고 도망치듯 가버렸던 기억이 난다.

 

이사온지 만 1년이 되었다. 이제야 시골생활에 적응되는 듯 하다.

 

나는, 태어난 곳은 서울 문래동, 자란 곳은 화곡동으로 전형적인 서울 촌뜨기이다. 시골 생활은 해보지 않았다.

민들레 홀씨 되어 라는 노래는 알아도 민들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호박잎에 쌈싸먹긴 해도, 호박넝쿨이 위로 자라는지 아래로 자라는지 알지 모르는 촌뜨기이다.

 

그러니 시골에서 사는 것이 적응될리가 있나. 일을 제대로 하나. 모두 엉터리다..

 

아내가 힘들여 뿌려놓은 봉숭아 꽃대를 잡초인 줄 알고 홀라당 뽑아버리고

예초기로 잡초 밀다가 코스모스도 모두 밀어버렸다가... 아내에게 핀잔먹었다.

 

심한 이야기는 듣지 않았지만, 내가 창피하지 뭐..

 

처음엔 마당에 나가는 것, 동네 산책 나가는 것도 싫더니 요즘은 조금씩 그것들이 좋아진다. 

낮에는 햇볕으로 뜨겁지만 해가 지면 공기가 금새 선선해진다.

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는 열대야라고 잠 못잔다고 난리지만, 우리는 선선해서 이불덮고 잔다.

아이들은 친구가 없는 것은 아쉽지만, 아토피가 없어졌다고 좋다고 한다.

 

1년 사이에 있었던 변화는..

첫번째. 집에 동물을 키운다는 것.. 개와 고양이를 돌보면서 왜인지 사랑이 더 깊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도 사랑못하며 어떻게 동물을 아끼겠는가?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 경건함이 생긴다.

 

두번째. 게으르긴 하지만 자연과 조금 친해졌다. 더위라면 질색했는데 시골에 살면서 익숙해지고

곤충에도 너그러워지고.. 이젠 거미나 사마귀, 웬만한 곤충들을 살려서 집밖으로 내보낸다.

 

그 외 ... 더 성숙해져야 할 부분은 생각나지만 차차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자... 그럼 기억을 위한 사진들을 올려본다.

 

지난 5월에  아내와 장인/장모님이 집뒤에 조그만 텃밭을 일구셨다.

나는 일하기 싫어하고 또 게을러서 한두번 땅이나 파다 낼름 도망갔다. ㅎㅎ

 

 

 * 자그마하게 나온 호박넝쿨. 지금은 아래로 자라 배수구까지 내려왔다. 지금은 꽃도 피었다.

 

 

* 요 놈... 참 실하다.

 

 

* 오른쪽은 가지, 왼쪽은 방울토마토..

 

 

* 이놈이 이렇게 보여도.. 2달이 지난 지금은 방울토마토가 제법 열렸다.

 

 

 

* 상추를 너무 촘촘히 심었었다. 이 후에 많이 솎아내었다.

 

 

 * 제 때 수확 못한 쑥갓.  손을 못 봐서  몇번 먹지도 못했다. 지금은 꽃피고 난리도 아니다. 베어버려야지.

 

가끔 집에는 생각하지 못한 손님도 온다. 이 건 다음 번에 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