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이가 임신한 것을 우리 가족이 눈치챈 것은 작년 12월 초였습니다.
배가 나온 것이 보여 젖꼭지를 눌러보니 젖이 나온다고 아내가 말해주었지요.
1월 10일(월) 저녁. 아내에게서 연락왔습니다.
'풍산이가 아침부터 진통하기 시작했다'고...
수의사에게 개의 임신기간을 물어보니 정확히 60일이라고 합니다.
지난 11월 13일-14일에 풍산이가 개줄을 떨치고 탈출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제 마음에 맞는 신랑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1월 10일은 가족이 집을 비웠고, 저는 집에 있어야 했습니다.
퇴근해 보니 풍산이는 자기 집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고
날씨가 추워 풍산이에게 집안으로 들어가자고 했지요.
이전에 날씨가 추워서 집안 화장실에 들여놓았을 때는 안절부절 못하던 풍산이가,
그 날은 아주 순순히 따라 들어왔습니다.
이불 깔아주고 밥과 물을 들여주고는 화장실 문을 닫아주었습니다.
몇번 끙끙거리더니 이내 조용하더군요.
그러고는 11일(화) 새벽 12시 30분 쯤에
풍산이 소리가 아닌, 조그만 '낑낑'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들여다 보지 말라는 수의사의 조언이 있어서 꾹 참았지요.
11일(화) 아침. 문을 조금 열어보니 강아지 다섯마리가 태어났습니다.
태반 치우는 것이나 강아지 핥아주는 것 등은 풍산이가 다 했습니다.
이제 풍산이가 어미가 된 겁니다.
▲ 작은 아이가 화장실문에 안내문을 붙였습니다.
▲ 풍산이는 사납지 않습니다. 순하디 순하고 절대 복종하지요. 성격이 천방지축이긴 합니다만
풍산이는 강아지들을 이렇게 보듬고 있습니다.
▲ 다섯마리 중에 한마리는 누렁이입니다. 아이들 아빠가 누렁개인가 봅니다.
▲ 풍산이는 씻겨놓으면 하얗습니다. 지금 3개월째 씻지 못해서 저렇게 노랗습니다. ㅎㅎ
풍산이는 집안 화장실에서는 절대 용변을 보지 않으려 합니다.
가족들이 시킨 것도 아닌데 꼭 밖에 나가서만 소변과 대변을 보고 옵니다.
그래서 약 6시간마다 한번씩은 집밖에 내놓았습니다.
용변도 볼 겸, 답답할테니 운동도 하라고 내놓는데... 한참 뛰어놀다가는 다시 문앞에 와서 기다립니다.
새끼들에게 돌아가겠다는 것이지요.
이전에는 아무리 불러도 돌아오질 않더만...
▲ 운동하고 온 풍산이 몸에 붙어 있는 가시덩굴을 큰 딸아이가 떼어주고 있습니다.
▲ 이렇게 머리도 봐주고, 몸도 봐주고... 큰 딸아이가 풍산이를 제일 많이 돌봐줍니다.
▲ 이런 중에, 둘째 딸아이는 강아지 안고 사진 찍습니다.
자. 이제 강아지들을 보셔야지요.
▲ 태어난지 4일 되었습니다. 이렇게 다섯마리가 모여 있습니다.
▲ 밑에 깔리고, 그 위에 들어눕고... 난리입니다.
▲ 아직 눈도 못 뜨고.. 무조건 엄마 젖을 향해 돌진입니다.
이 조그만 녀석들을 보니, 작년 이맘때 풍산이 생각이 나는군요. 이 다섯마리가 모두 무탈하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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