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단편

(2009.11.21) 고양이 집 만들어 주기

Maverick71 2009. 11. 23. 22:50

집 근처에 고양이 3마리가 살고 있다.  어미고양이와 새끼고양이 두 마리인데, 옆 집에서 키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옆 집에서 먹이를 잘 안 주는 것 같다.)

 

이사와서 2 달이 지나서부터 고양이들이 집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쥐를 좀 잡는 시늉을 하더니 먹을 것을 달라는 눈치를 준다.

아내가 먹다 남은 참치캔, 멸치볶음 등을 밥에 섞어 주고  나는 바베큐하고 난 후 남은 닭 뼈를 주었다.

맛들린 고양이들은 집 근처에서 서성거리다가, 이제는 아침마다 집에 와 닫혀 있는 샤시를 박박 긁어댄다.

먹을 것을 내놓으라는 말씀이다.

 

내 성격은 고약해서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집에 온 생명을 굶길 수야 없다는 블벗 쿨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된다.

 

또 지난 주에 날씨가 추워지고 고양이가 머물 곳이 없기도 해서, 고양이 집을 만들기로 했다.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커피믹스 박스 2개를 가져다가,  테이프로 연결하고 검은 비닐로 덮어 놓았다.

어느 정도 비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이 안심도 되며 만족하고서는, 안 입는 옷가지를 박스 안에 넣어 주었다.

고양이는 박스에 들어가서 만족한 듯이 씩 웃고는(정말 웃었다!) 옷을 발로 끌어다 평평하게 놓고는 그 위에 앉아 있는다.

 

고양이 밥을 매일 주려니 마땅치 않아서 어쩔까? 궁리하다가, 블벗 쿨님이 애니X 114라는 사이트를 소개해 주신 것을 생각하고

그 사이트에서 고양이 사료를 주문했더니, 사흘만에 도착했다.

사료를 주어 보니, 이 고양이들은 한번에 많이 먹지는 않지만 조금씩 야금야금 먹는다.

(고양이가 먹지 않을 때 그 사료는 까치 밥이다. ^^)

 

우리 집에 드나드는 고양이가 주로 하는 일은 [ 먹을 것을 실컷 먹고, 햇볕 들고 바람없는 곳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 이다.

집에는 중정이 있는데, 중정 샤시를 잠깐 열어두었더니 세 마리가 들어와서 박스 위에 앉아 졸고 있다.(바닥 차가운 것을 매우 싫어 한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눈치 채고 눈을 바짝 뜬다.

고양이 증명사진이 되었다.

 

* 고양이 가족의 증명사진. (왼쪽부터 둘째, 어미, 첫째)

 

 

다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니 어미가 제대로 존다.

 

 * 제대로 졸고 있는 어미 고양이

 

 

 

내가 고양이에게 신경쓰게 될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내 집에 온 이상, 춥거나 굶게 하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