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단편

(2009.10.17) 집에 찾아온 고양이 손님과 친해지려 함

Maverick71 2009. 10. 18. 17:08

집에 이사온 지 3개월이 넘었다. 약 2개월전부터 고양이가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책이 있는 방 창문에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아 깜짝 놀라게 했고, 손님 치뤄낸 후 밖에 내놓은 쓰레기봉투는 찢어놓더니, 한달전부터는 집 주위를 대놓고 산책한다. 어슬렁 어슬렁 걷는 고양이 모습이 일본 만화영화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는 모습 그대로다.

 

나는 성격이 못되어서 동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중학교 때 세들어 살던 집 마당에 흰둥이라는 개를 키웠는데, 그 놈에게 정을 많이 주었다가 세집을 옮길때 너무 섭섭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동생의 성화로 아파트에서 마르치스 종의 강아지를 키웠는데, 재작년에 나이도 많이 먹고 해서 이별을 했다. 동물에게 정을 많이 주면 나중에 떼기 어렵고 곤란해진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아이들이 개를 키우자는 의견에 반대한다. 개를 키우기 시작하는 것은 좋은데, 나중의 그 헤어짐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곤란한 일이다.

 

한데 찬찬히 생각해 보니, 그게 과연 동물과의 인연뿐일까 한다. 생각이 흘러가자니, 동물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히지 못하는 것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까지 확대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관계가 넓어지면, 내가 상대에게 충분히 충실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온다. 그럴 때면 미안해지곤 한다. 우선 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충실히 하고나서,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나에게도, 상대방에도.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자면...

 

옆집 고양이는 모두 세마리로 어미 한마리와 새끼고양이 두마리이다. 2주일전부터는 고양이가 집에 와서 야옹~하길래 아내가 녹두전, 부침개 등 추석음식을 주었더니 잘 먹었다고 들었다.  그랬더니 매일아침 와서 야옹~하고 먹을 것을 찾는데, 그 야옹 소리를 아내가 못 들었더니 [좀 들으라]고 우리 집 샤시를 벅벅 긁어서 [나 여기 있으니 먹을 것 다오]라고 표시한다. 우습고 귀엽다. 

 

옆집에서는 고양이를 키우기는 하는데, 잠자리가 변변치 않은가 보다. 금요일(16일) 밤에 비가 무척 왔는데 어미 고양이 몸이 비로 흠뻑 젖었다. 고양이는 물을 무척 싫어한다던데, 밤새 떨었겠다.

 

어미는 사람에게 와서 기대기도 하고 몸도 만지라고 냅두는데, 새끼 2마리는 어림없다.

 

어제(토) 아침에도 먹을 것을 달라고 야옹 표시를 하길래, 아내가 멸치 볶은 것을 내어 줬다.

 

* 검은 얼룩과 갈색 얼룩만 있는 녀석들은 둘 다 새끼고양이이다.

 

 

* 그 멸치 볶음이 좀 짜던데.

 

 

* 검은 얼룩의 새끼고양이가 포즈를 취해 준다. 영광스럽게도... (고양이는 참 거만한 얼굴과 포즈이다)

 

 

* 검정과 갈색얼룩이 함께 있는 어미고양이와 갈색얼룩의 새끼 고양이가 같이 먹고 있다.

 

 

방금전에도 고양이들이 와서 배고프다고 야옹~하길래 먹다 남은 빵을 줬는데 잘 먹는다. 목메일 것 같아서 물도 따라줬는데 조금 마시다 만다.

마트에서 고양이 사료라도 사다놓아야 하나?  이마트에서 개사료는 보았는데, 고양이 사료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앞으로 저 손님들과 친해져야 겠다. 이유야 어쨌든, 내가 좋아하든 말든, 우선 집에 온 생명인데 굶길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