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보·여행

(2013. 9.20) 경반분교行 끊어진 임도, 그리고 친구와 야영

Maverick71 2013. 9. 21. 21:33

고등학교 친구가 추석연휴 3일간 가평 경반분교(폐교)에서 캠핑한다며 나를 초청했다.

 

경반분교는 물,전기,화장실 등이 갖춰지지 않은 오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한번쯤 가보고 싶었기에 친구의 초청에 응했고,

다른 일정을 마치고는 오후 4시 30분에 경반분교로 향했다. (캠핑장비를 챙겨서)

 

경반분교로 가는 길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사륜구동 차량도 힘들게 간다는 도로로 냇가를 2~3개 건너야 하는 험한 길이다

두번째는 첫번째보다 거리는 멀지만 승용차도 갈만한 임도이다

 

나는 오토바이에 캠핑장비를 싣고는 두번째 길로 향했다.

늦게 출발했고 가는 길에 저녁거리도 구입했기에, 임도에 들어선 시간은 저녁 6시 40분.

 

4km 이상의 임도를 가니, 주변은 점점 어두워졌고

'과연 이 길이 맞나?'라는 의심도 했는데... 아래로 경사진 길에는 렉스턴 2대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

 

내 오토바이 헤드라이트를 보고는, 렉스턴 저편에서 캠핑하던 사람들이 '길이 끊어졌어요!'하고 소리지른다.

오토바이에서 내려서 길을 확인하니, 길은 비에 쓸려내려가서 끊어진 상태.

 

오토바이를 돌려 되돌아가려는데, 아래로 경사졌으니 오토바이를 돌릴 수가 없다. (앞에는 렉스턴이 가로막고 있던 상태)

20분간 낑낑대다 캠핑하던 분들에게 도움을 청해 가까스로 오토바이를 돌려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특이한 경험.

추석의 둥근 달이 임도를 내려다보는 가운데, 나는 오토바이 헤드라이트에 의존해서 5km 산길을 되돌아 나갔다.

길은 모두 깜깜하여 양 옆에서 무언가 나올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여기서 나도 캠핑할까? 하다가 으시시하기도 해서 멈추지 않고 돌아왔다. ㅎㅎ

 

임도를 빠져나와 친구에게 전화해서 '길이 끊겨서 합류못하겠다'라고 양해를 구했더니

가평 언저리에 또다른 친구가 캠핑하고 있으니 거기 연락해보라는 정보를 준다.

 

또 다른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가평 설악면의 캠핑장에 있다며 기꺼이 오라고 한다.

 

모처럼 아내의 허락을 받고 캠핑하러 나왔는데, 그냥 돌아갈수는 없으니

나는 염치불구 친구네 캠핑에 끼어들었다. ㅎ (나도 뻔뻔스럽긴 하네)

 

동서네 식구와 같이 하는 캠핑에 끼어들어서, 맥주도 얻어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 텐트 안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데, 친구가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는지 엄청나게 코를 골아대서

새벽 3시에 잠이 깼다.

 

30분간 참아보려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새벽 3시 30분에 텐트밖에 나와서 내 캠핑장비를 따로 설치하고 잠을 청했다.

 

아침 7시 기상. 장비들을 챙겨서는

10시에 집에서 다른 약속이 있으니 친구에게 인사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알차다고 할지, 어수선하다고 할지...

특이한 경험을 한 캠핑이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