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鑑賞)

(2009/12/01) 아끼면서 추천하고 싶은 책 - 1

Maverick71 2009. 12. 1. 23:29

  몇주인가 글을 쓰지 않으면서 불편함을 느낀다. 쓰는 것을 시작한다면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고, 특별한 주제가 없어서 쓰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아마 뺑뺑 쳇바퀴도는 일상을 써놓으면 내가 지루해질 것이다. 매일 자극이 있는 생활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주위 사물이나 일상에 관심이 없기도 해서 주제가 없다.  어쨌든 이 것에 대한 내용은 후에 마음먹고 써야겠다.

 

  블벗님 한 분이 한 말에 정말 좋은 책은 소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사실 나도 그렇다.  -.-  내가 소개하지 않는(못하는) 것은 좋은 책 내용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이다. 뭐라 설명해야 좋을지 모를 때가 많다. 느낀 것은 있는데 멋지게 드러낼 수가 없다. 이럴 때면 울고 싶다.

  그러나 반드시 소개해야 할 책은 있기 마련. 짧고 서투르게 설명해도 진정이 통할만한 책은 분명 있다. 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삶의 자세가 달라지고 무엇보다 콧구멍이 커져 숨쉬기가 편해진다.

 

  내가 그간 소개하지 못했지만, 꼭 알리고 싶은 책은 이 것이다 .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이 책은 미국교포가 썼다. 지금으로부터 11년전인 1998년에 첫 출간되었다. 그러니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10년이 넘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횟수는 몇번인지 셀 수 없다.  읽은 횟수가 책의 질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지루하지 않고 읽을 만하다는 이야기는 되겠다.

 

  책을 쓴 분은 1932년 태어나셨다. 전후 한국에서 학교 다니다가 군복무시 아내 구한다는 광고를 신문에 내고는, 미국으로 넘어가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 살았다. 한국에 있는 여학생에게 수백통의 편지를 써서 결혼에 골인했다. 아이 셋을 키워놓고는 평생 소망이었던 "모국어로 된 수필집"을 내려고 노력했지만, 이 책이 나오기 전 몇개월전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재미있고 진솔하게 쓰여진 수필집이다. 아내와 아이들 앞으로 써놓았던 유언장으로 시작하는 글은 남여평등에 대해서, 미국으로 가기 전 한국에서의 일들, 미국에서의 생활, 결혼前 미국 친구들에게 알리는 내용 등 여러 주제로 펼쳐진다. 한 문장마다 대단한 유머감각이 번득이고, 좋은 명언이 빛나지만 현학적이지 않다.  행복이 무엇인지. 삶에 대한 자세가 어떠면 좋을지. 생각할 만한 책이다. 허투루 넘길 챕터가 없다.

 

  이 책을 읽고는 지은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었던 기억이 난다. 돌아가셨으니 그럴수 없었고, 미망인에게 편지쓰려다가 너무 실례인것 같아 하지 않았었다. 요즘이라면 블로그에 이런 글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감탄하지만... 그때는 사람이 글을 이렇게도 쓰는구나(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었다) 는 생각이었다. 많은 분이 읽으셔서 이런 행복함이 널리 퍼져나갔으면 한다.

 

※ 방금 확인해 보니, 인터넷서점에서 아직 팔리고 있다. 출판된지 11년된 책이 아직 팔린다는 것은 이 책이 나쁘지는 않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