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단편

(2009. 9.26) 서울 촌놈. 잔디 깍다.

Maverick71 2009. 9. 27. 21:18

* 지난 8월의 집 사진

 

* 지난 8월의 집 사진 2

 

 

지난 7월 11일 이사한 이후. 경황이 없어 집 밖 정리를 전혀 하지 못했다.

 

정원의 잔디에 잡초가 많이 피어 안사람이 자주 김매기(?)를 했는데, 주말에 할 생각이 없어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내가 서울에서 태어난 촌놈이라 전혀 화초, 정원 이런 것과는 친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상사들의 영전 축하선물로 많이 받은 난들이 있어 그 중  몇 녀석을 분양받아 집으로 가져온 적이 있었는데

모두 죽여버렸다. 관심을 주면 난이 잘 큰다는데, 그 당시 나에게는 사랑이 부족했다 보다.

 

집 밖 정리에서 우선 해야 할 것은 1) 집 뒤편의 잔디를 깍을 것.  2) 집 뒤쪽 파평 윤씨 소유 산으로 올라가는 약간 경사진 면의 잡초 제거.

3) 집 앞의 잔디 깍기. 4) 집 앞 구거 약 10m의 잡초 제거였다.

 

우선 1)과 2)를 목표로 했는데, 2)번의 잡초는 워낙 우거져 약 1m까지 자란데다가  파평윤씨 소유의 산은 밤나무여서 뱀이 나올 걱정까지 되었다.

집 근처 철물점에 가서 예초기를 우선 알아보았는데 쓸만한 4싸이클의 엔진 예초기(혼다 제품)은 40만원을 불러서 나중에 살 생각하고 

 적당한 낫부터 샀다.

 

그 1m짜리 잡초들도 약 20m 이상 거리를 잘라가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여서 우선 포기... 하려 했지만,

안사람 친구집에서 2싸이클엔진의 예초기를 빌려주어서 약 2시간동안 잡초를 제거하고 1) 집 뒤편의 잔디를 깍았다.

이게 지난 주(9월 19일, 토)의 일이다.

 

이 2싸이클엔진 예초기는 일제이어서 내구성도 괜찮고 부탄까스를 연료로 사용해서 편리한데,
문제는 멜빵이 어디 갔는지 없고 멜빵을 다는 고리가 부러져버려 없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 예초기를 양손으로 들고 버텨야 하는 것인데.. 한 번 해보자 싶다.

 

2009년 9월 26일(토) 에는 드디어 예초기를 들고 출동이다.

우선 4)번 집 앞 구거의 잡초제거인데, 구거는 약 40도 정도로 경사지어 있는데다 여기의 잡초 길이도 약 1m가 넘는다.

집앞은 모두 논인데, 요즘 파주에서는 제초제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논에는 피가 그득하고 그 피가 우리 정원과 구거에도 마구 넘어온다.

 

아침 11시 20분에 우선 낫을 들고 40분동안 구거의 잡초를 제거했는데 약 3m 전진했다. 이래서야 오늘 끝낼 수가 없다.

예초기를 들고 밀어냈다. 그리고는 낫으로 남아 있는 잡초를 제거했다. 구거의 잡초 제거를 마치니 1시가 조금 넘는다.

아이구 허리야.  허리 펴고 잠시 휴식

 

 

* 집의 옆쪽 측면에서 9월 26일(토) 찍다.

 

 

이 위 사진 바로 아래쪽을 낫으로 베다 보니,  노란 무엇인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참외이다.  아니 내가 참외를 심은 적이 없는데 이게 왜 있지?

 

장인께 여쭈어보니, 개똥참외란다. 

품종이 개똥참외가 아니라, 개가 참외를 먹고 싼 똥에 있던 씨가 커서 참외가 된다는 것이다.

눈으로 참외를 보니 이런 척박한 환경에도 자라는 자연이 대단하다(너무 흔한 말이지만, 이 표현외에 아직 생각나지 않는다.)

 

* 개똥참외 사진

 

 

이번에는 예초기를 들고 3) 집 앞 정원의 잔디 깍기이다.

 

이 것.. 아주 엄청나다. 우선 잔디를 제대로 깍으려면 예초기 날을 약 20도 이상 뉘워서 잔디를 옆에서 밀어내야 하는데, 예초기에 맬빵과 고리가 없으니 이 예초기를 온전히 내 양 팔 힘으로만 버텨내야 한다. 거기에 엔진 진동이 대단하다. 이 예초기는 다른 예초기처럼 엔진을 등에 메는 형식이 아니라, 칼날 제일 뒤쪽에 엔진이 달려 있는 형태이다. 

거기에 정원에 남아 있는 잔 돌등이 엄청 튄다. 정원 만들때 마사토를 깔았는데, 거기에 잔 돌들이 꽤 들어 있다. 예초기 날에 닿을때마다 마구 튀어오르는데, 주로 내 다리와 얼굴을 향한다.  지난번 오케이아웃도어에서 스포츠 선글라스(UV코팅되고, 충격에도 강한)을 사서 썼는데, 선글라스에 부딪힌 돌이 3-4번은 된다. 없었으면 내 눈을 맞추었을 것이다.

 

이렇게 1시 넘어서부터 5시 20분까지 정원 잔디를 깍았다. 일을 끝내니 정원 잔디가 깔끔해지긴 했는데, 잔디 높이가 일정하지 않다.

그 이유는 내가 초보자이니 예초기 다루는 기술이 서툴러서 이고, 예초기에 멜빵과 고리가 없이 양팔로만 버티다 보니 정밀한 제어가 안되고,

3시간 넘어서부터는 팔에 힘이 빠져서 집중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일을 끝내니 왼팔을 굽힐 수가 없다. 단단히 알이 박혔다. 허리를 약간 숙이고 5시간 있다보니 통증도 있다.

좀 덜 지저분해진 잔디를 보니 뿌듯하긴 한데, 마음에 들진 않는다.  예초기의 멜빵을 어떻게든 달아야겠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전지가위를 사다가 지저분한 나무들을 다듬어야 한다.

 

촌놈. 이번 주 토요일에는 고생많았다. 다음 주에 또 고생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