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저어갈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
이 세상에는 명백한 악이 존재한다는 운명적 사실을 어린 인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인수가 세상의 악을 알아가는 마음의 과정을 생각하면서 속으로 울었다.
"왜 땅이 없고 집도 없느냐?" 라고 인수 아버지한테 물었다. 인수 아버지는 "본대(본디)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또 한번 속으로 울었다. 누구나 본래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삶은 얼마나 더 가난해지고 얼마나 더 경건해야 옳을 것인가.
...
이 대목을 읽었을때 난 슬펐다.
김훈 선생의 글은 명징했고, 상쾌함이 머리를 씻어주었다. 수년 전에 읽으려 노력했으나 그리 못했던 글이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간다.
"누구나 본래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삶과 경험을 녹여낸 치열한 문장들과 군더기 없기를 고민했을 단어들의 선택이, 읽어내기 어려운 이 책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해하기엔 짧은 대여기간이 아쉽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 '자전거 여행'의 헌 책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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