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음식점

(2007.10. 1) 이태원 뽕빨 - 싼 맛의 달인

Maverick71 2007. 10. 1. 17:30

※ 딴지관광청에서 가져왔습니다.

 

이태원 기사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이런 불만 가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뭐여, 뭐가 이렇게 비싸."

글타. 사실 이태원의 세계 맛집들은 그 가격들이 만만치 않다. 재료비와 장인의 자존심비, 그리고 무시 못할 땅값의 시너지일까. 어쨌든 이선뜻 '이번 주말에 가자!'하기는 좀 망설여지는 가격대이다.

그러나 이태원 땅에도 싼맛의 달인들이 존재하여 지갑 얇고 입 호기심 가득한 이들을 만족시키고 있으니. 저렴한 가격이나 그 맛은 결코 저렴하지 않은 세계 맛집들.  이러한 기특한 집들을 찾아 모아보도록 한다. 본지, 원래 이런 집들 좋아하잖아.

 

 타코 (TACO)

 

정체 : 멕시칸 패스트푸드
위치 : 6호선 녹사평역 1번출구
         길 건너 남산3호터널 방향으로 약 150m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527  
전화번호 : 02-797-7219
영업시간 : 11:00~22:00                   

대표메뉴 : 빠스톨 따코 3,000 / 따코 3,500원
              께사디야 4,000 / 화히따 4,500원
              부리또 비프 5,000 / 치킨 5,500원
              나초 4,500 / 추가토핑,소스 1,000원
              오르차따 4,000원

 

 

(멕시칸 발음에 가깝게 표기해서) 따코는 식당에 앉아서 먹는 음식이 아니다.  미국인들이 핫도그를 들고다니며 먹듯, 우리가 리어카 앞에 서서 떡볶기와 오뎅을 사먹듯, 따코와 화히타와 브리또와 퀘사디아와 나초들은 멕시코인들이 즐겨먹는 길거리 음식이다. 

 

길거리 음식이란 모름지기 저렴해야 제맛이다.  장기 출장차 멕시코에서만 7년 반을 머물렀던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미니 레스토랑 TACO의 메뉴판을 보라.  '싸다.' 

하지만 맛은 결코 싸지 않다.

 

 

 

 

나초를 제외한 모든 메뉴의 공통점은 또띠아라고 불리는 얇고 보들보들한 빵에 싸서 먹는다는 것이다.  닭고기나 소고기 볶은 것에 생야채 위주로 토핑이 들어가면 따코, 치즈와 밥, 올리브 피망 송이를 볶은 야채가 들어가면 화히타, 피자처럼 치즈를 깔고 토핑을 얹어 약간 더 구워내면 퀘사디아(스페인어로 퀘소가 치즈를 뜻한다), 강낭콩과 소고기를 넣어 볶은 밥이 듬뿍 들어간 것이 브리또다.  모든 재료를 만들어 놓고 손님이 오면 철판에 구워낸 또띠아 위에 올려 싸주는 것, 쉬워 보인다.

 

좁은 매장 2층에 기어코 공간을 마련해야 했고 쉴새없이 음식을 싸가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맛의 원천이 되는 재료 관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재료관리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우선 야채들이 신선해야 한다.  그리고 미리 볶아놓을 수 밖에 없는 고기들은 식기전에 다 소모할 만큼만 볶아놓는다.  핫소스는 물론 추가 주문으로만 내놓는 아보카도 소스도 재료를 마련해 직접 만든다.  그리고 야채를 볶는데만 양질의 올리브 기름을 쓸 뿐, 또띠아를 비롯한 그 어디에도 기름기가 쓰이지 않는다.  고기는 소스로만 볶는다. 

 

이게 맛의 비결이며 입소문으로 퍼진 인기의 비결이기도 하다.

 

 

부다스 벨리 (Buddha's Belly)

 

 

 

정체 : 테이크 아웃 태국 음식 전문점
위치 :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직진
         지하보도로 건너편으로 이동하면 바로 앞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673 
전화번호 : 02-793-2173
영업시간 : 영업시간 11:30 ~ 23:30 (매주 화요일 휴무)                   

대표메뉴 : spring rolls(2 pieces) 2,000원
               pha thai(볶음 국수) 6,000원

 

 

이름값 하는 태국음식레스토랑이 있다. ‘부다스 벨리’. ‘부처님의 배’라니. 부처님의 배처럼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이란 의미를 갖고 있단다. 레스토랑에 가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건 단지 자리가 편하다고, 음식 맛이 좋다고 되는 건 아니다. 정말 맛있는데 눈도 못뜨게 지저분하면 어떡하나? 끝내주는 음악이 흐르는데 자리는 디스크 걸릴 만큼 불편하면 어쩌나? 그럼 못쓴다. 미각, 후각, 시각, 청각 모두 완벽히 만족시키는 곳을 만들고 싶은 사장님의 의도는 성공한 듯싶다.

 

뭔가를 할 때 그저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좋아서 하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거, 모두들 알 거다. 부다스벨리의 사장님은 태국에 다녀 온 횟수가 30여 차례나 될 만큼 태국, 태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태국인 요리사를 뽑고 식재료도 태국에서 수입하며 맛있는 진짜 태국음식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건 당연할 거다. 

 


멀리갔던 입맛까지 다시 불러주는 스프링롤

 


오징어, 새우 등 해산물이 가느다란 면과 뒤섞인
상큼한 해산물 샐러드(Yam Munsen Tale)~

 

20여 가지 음식이 메뉴판에 가지런히 올라가 있지만 갖춰진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거라면 메뉴에 없는 태국요리도 주문이 가능하다. 손님이 10명만 있어도 꽉 찰 듯한 미니레스토랑이라 붐비지 않는 시간에 잘 골라가야겠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가장 바쁜 시간이라 하니 알아서들 골라 가시길. 뭐, 모든 메뉴는 테이크아웃이 가능하고, 그런 경우엔 10% 할인까지 해준다니 집 가까우면 싸가지고들 가면 좋겠다.

 

가격은 스프링롤과 팟타이를 제외하면 '그럭저럭'이다. (9,000~10,000원선) 이태원 물가로 보면 비교적 싼편 이지만 절대적인 '싼맛'의 기준에는 못미친다. 그러나 두 메뉴의 가격이 이태원 물가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저렴하고 그 맛이 가격을 월등히 상회하는 바 오랜 심사숙고 끝에 싼맛의 달인에 봉하는 바이다.


음식 맛에 빠져서 호들갑 떨다가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아진 목소리 마구 방출해버려 레스토랑 공기를 살랑살랑 흔드는 하우스 뮤직이 무색하게 하지 말자.  다시 말하지만 여긴, 맛도 좋고 귀도 즐겁고 자리도 편하고 눈도 편안한 곳이니 분위기 깨지 말자고. 그야말로 부처님 가운데 토막처럼 편안하게 즐기자.

 

 

 

 

 

 

 

 

 

 

이스탄불

 

 

정체 : 터키식 케밥 하우스
위치 :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직진
         지하보도로 건너편으로 이동하면 바로 앞  
전화번호 : 02-796-0271
영업시간 : 11:00 ~ 23:00                   

대표메뉴 : 도네르케밥 - 치킨 3,000원 양고기&소고기 3,500원
               팔레펠 3,500원

 

우리의 떡볶이만큼 중동의 길거리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음식이 있으니 그게 바로 ‘팔라펠’이다. 병아리콩을 갈아 갖가지 향신료를 넣고 동그랗게 반죽해 튀겨내서 보통은 그걸 빵 속에 야채랑 같이 넣고 우적우적 배어먹는다.

 


버거처럼 생겼어도 버거가 아님~

 

터키식 케밥 하우스 `이스탄불`에서 닭고기, 양고기&소고기 케밥과 함께 이 팔라펠을 판다. 우에~~ 콩을 갈아서 튀긴다하면 적잖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맛이 의외로 좋다. 중요한 사람을 대접할 때 떡볶이를 내놓기는 뻘쭘하듯 팔라펠도 격조 따지며 먹을 음식은 아니다. 그저 친구 만나면 자연스레 ‘먹으러 가자~’ 할 수 있는 정도다. 가격도 이 정도면 흔한 패스트푸드 수준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으니 오케이다. 분위기도 깔끔, 단정, 상쾌 패스트푸드점 같다. 작은 패스트푸드점.

 



사실 `이스탄불`의 팔라펠은 중동지방에서 먹을 수 있는 진정한 팔라펠보다 바삭함이나 고소함에서는 떨어진다. ‘바삭~’하며 씹히는 게 아니라 ‘물컹~’해버리는 아쉬움이 있다. 그저 아쉬운대로 팔라펠을 즐기기엔 문제없다고 보면 된다.


가게에서 먹고 가도 되고 ‘싸주세요~’해서 길거리에서 먹을 수도, 집에 갖고 가서 먹을 수도 있는 기특한 음식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바다 건너온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떠올리자 ‘팔라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