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버지의 발등
아버지의 발등 by Hannah
항상 추운 남극 대륙이지만 남극의 겨울은 상상을 초월하는 추위랍니다.
남극의 펭귄들도 겨울이 오면 그나마 덜 추운 북쪽으로 모두 이동합니다.
그런데 황제퓅귄들은 다른 펭귄들과 달리 반대로 더 추운 남극 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목둘레가 황금색을 띠어서 <황제>라는 이름이 붙은 황제 펭귄들은
실제로 덩치도 키가 1미터를 넘기는 큰 체격을 가진 펭귄이랍니다.
황제펭귄들이 바다에서 떨어진 남극 내륙 깊숙히 70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합니다.
그들 삶의 터전인 바다를 등지고 내륙 깊숙히 들어가는 이유는
산란을 하기 위해서인데 바다 표범이나 갈매기 등. 알을 낳고 부화하는 과정에서
적들로 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내륙으로 들어가는 거랍니다.
그리고 가장 추울 때 알을 낳는 이유는
가장 따뜻한 계절에 알에서 새끼가 부화하도록 시기를 맞추기 위함이라네요.
암 수 펭귄들은 짝짓기를 하기 위해 제각기 노래를 부른답니다.
수 백 마리의 펭귄떼가 한꺼번에 노래를 불러대니 얼마나 시끄러울지 상상이 갑니다.
그런데도 용케 자기 마음에 드는 목소리에 끌려 사랑을 나누고 짝짓기를 한답니다.
얼마 가지 않아서 암컷 펭귄은 한 개의 알을 낳습니다.
그 옆에 지키고 서 있던 수컷 펭귄은 그 알을 받아 자기 발등에 조심스레 올리고
자기의 뱃살을 늘어뜨려 그 알을 덮습니다.
영하 70도의 추위 속에 노출되면 금새 알이 얼어 버리므로
자기 체온으로 알을 보호하려는 거지요.
알을 낳은 암컷은 수컷 펭귄에게 알을 맡기고 바다를 향해 다시 긴 여정을 떠납니다.
그 순간부터 수컷 펭귄.. 아니 아빠 펭귄의 고난은 시작됩니다.
수 십마리의 아빠 펭귄들은 각자의 알을 발등에 올리고 뱃살로 덮은 채
무리를 이루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엄마 펭귄이 돌아올 두 달 동안
그 알을 지켜냅니다.
바다로 부터 멀리 떨어져 왔지만 끈질기게도 뒤따라온 바다 표범이 공격을 해 오기도 하고
갈매기 떼들이 알을 빼앗아 먹으려고 공격도 해 옵니다.
어찌 그 뿐이겠어요.
영하 70도의 추위와 매서운 바람. 그리고 견딜 수 없는 배고픔.
아빠 펭귄들은 두 달 동안을 온전히 굶은 채
자기 몸 안의 지방을 태우면서 생명을 부지해 갑니다.
그 와중에도 알이 얼지 않고 새끼가 잘 자라고 있도록 굴려가며 품습니다.
얼음 위의 아빠 펭귄. 배는 얼마나 고프고 얼마나 추울까요.
그의 등을 향해 퍼붓는 눈보라와 매서운 바람. 또 그 발을 얼마나 시릴까요.
아빠 펭귄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알 속의 새끼들 안위를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불행하게도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 하고 죽어가는 아빠 펭귄도 생깁니다.
알 때문에 쉽게 도망도 못 가는 상황에서 바다 표범의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그 고난의 60일..... 얼마나 길고 길지 상상이 안 됩니다.
새끼들은 하나 둘 부화하기 시작합니다.
아빠 엄마를 닮은 귀여운 새끼 펭귄들입니다.
아빠는 귀여운 새끼 펭귄을 감싸며 말 합니다.
"조금만 참으렴. 엄마가 곧 올거야.그동안 이 아빠가 널 춥지 않게 지켜줄게."
두 달이 지나자 저 멀리 엄마 펭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뱃 속 가득 물고기를 담고 급하게 달려오는 엄마 펭귄들입니다.
아빠 펭귄들은 노래를 부릅니다.
두 달 전. 자기에게 들려주던 사랑의 노래를 기억하고 있는 엄마 펭귄들은
목소리를 듣고 정확하게 자기 짝을 찾아 갑니다.
지쳐서 곧 쓰러질 것 같은 아빠 펭귄과 잠시 입맞춤을 한 엄마 펭귄은
물고기를 토해내어 새끼 펭귄에게 먹이기 시작합니다.
두 달을 굶은 아빠 펭귄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 봅니다.
자기는 먹지 않아도 배가 절로 부릅니다.
그제서야 아빠 펭귄은 아기 펭귄을 엄마 펭귄에게 맡기고
바다를 향해 걷습니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던 아빠 펭귄들은 그 먼길을 걷거나 배로 밀면서
200리 길이나 되는 먼 바다를 향해 갑니다.
지난한 시간이었지만 자기의 새끼가 엄마와 함께 있다는 생각만 해도
힘이 절로 납니다.
아빠 황제 펭귄의 발등을 떠올려 봅니다.
이 세상에 그처럼 지고하고 위대한 부성애가 있을까요?
영하 70도가 넘는 혹한의 얼음 위에서
두 달을 꼬박 굶으며 자기 자식을 지켜내는 그 눈물겨운 부성애가 놀랍기만 합니다.
이 세상의 아버지들을 생각해 봅니다.
세상 사람들은 어머니의 은혜는 노래하고 모성을 찬양하면서도
정작 아버지들의 발등을 기억하는 일에는 인색합니다.
세상으로 나가서 온갖 바람과 추위와 위험을 감내하면서
아내와 자식을 위해 애쓰는 아버지들의 얼어 부푼 발등은 기억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 시간.
추위 앞에서 구부정하게 서 있던 황제 펭귄의 등.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외로운 등을 생각 해 봅니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의 무게가 어떠한지도.
오늘은...
구부정하게 굽은 등으로 집에 돌아오는
이 세상의 아버지들을 따스하게 포옹해 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얼음 위에 선 맨발이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동동거림 조차 없던
황제펭귄의 발등같은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발을
따뜻한 물에 담그고 직접 씻겨 주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
여러분이 맞이 하는 아빠 펭귄들에게
속삭여 주세요.
"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라구요.